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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로 만들어진 검사내전 원작

그여자네 2020. 4. 2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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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보니 드라마도 궁금해졌다.

2019년 12월 16일부터 2020년 2월 11일까지 JTBC에서 방영했었던 월화드라마이다. 

전직 검사 김웅(검사 퇴직 후 미래통합당 서울 송파 갑 국회의원)의 동명 에세이가 원작이다.

 

저자 : 김웅

1970년 전라남도 여천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97년 39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00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인천지검에서 첫 경력을 시작한 이래 창원지검 진주지청, 서울 중앙지검,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 평검사 생활을 했으며, 광주지검 순천지청을 시작으로 서울 남부지검과

서울 중앙지검에서 부부장검사 시절을 보냈다. 이후 광주지검 해남지청장과 법무부 법무연수원 대외 연수과장을 거쳐,

현재는 첫 경력을 시작한 인천지검에서 자신과는 평생 인연이 닿지 않을 것 같았던 공안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유연하고 열려 있는 조직 문화 덕분이었다.

그에게 검사라는 직분은 드라마 속에서나 볼 법한 거악의 근원도, 불의를 일거에 해결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장치도 아니다.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기보다 그저 ‘나사못’처럼 살아가겠다던 어느 선배의 이야기가,

그에게는 ‘생활인으로서 검사’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다. 그래서 그는 ‘세상의 비난에 어리둥절해하면서도

늘 보람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생활형 검사로 살아봤는데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그의 첫 책이 세상의 독자들과 만나게 된 이유다.

 

 

"진영 지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99% 직장인 공무원 검사들의 좌충우돌 오피스 라이프가 시작된다!

 

TV속 검사들은 참 극단적이다. 한 쪽은 거악을 물리치는 정의의 수호자인데,
다른 쪽은 견찰(犬察)이라 불리는 권력의 시녀다. 그러나 어느 쪽도 실제 검사들의 모습을 대변하진 못한다.
대부분의 검사들은 사실 더 생활감이 넘친다.

 

정의가 별건가. 시비가 거하게 붙어 검찰까지 와버린 동네 친구들을 화해시키는 일이 정의고,
곗돈을 뜯긴 계원들의 심정이며 계주의 사정까지 경청하는 것이 정의고,
때로는, 우는 아이 안고 와 사정하는 이의 벌금을 조금 깎아 주는 것까지, 정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충실히 하루를 마치고 퇴근할 때 뿌듯하면 됐다.
사건을 해결하고 피해자에게 감사 인사를 받는 것으로 충분하다.
내 자리에서 내 할일 제대로 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또 하루를 살아가면 된다.

 

검사내전은, 화려한 일부 검사들의 그늘 아래에 가려져 이제까지 빛을 보지 못한
대부분의 형사부 검사들에 대한 이야기다.
내 방 안의 손바닥만 한 정의라도 지키려고 매일 고군분투하는 검사들의 전쟁일지다.
보다보면 울컥 화도 나고, 눈물도 찔끔 나고, 어이없어 실소도 터지지만
결국엔 검사인 그들과 내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지방 검사들의 인간미 넘치는 좌충우돌 근무기다.

 

책속으로---------------------------------------------------------------------------------------------------------------------

신묘한 추측과 귀신같은 추리는 대개 독이다.그런 추측과 망상을 댓글로 쓰는 거야 대수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검사가 그런 추리소설을 써나간다면 무척이나 죄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공명심과 대중의 환호는 양심을 마취시키고 사람들이 바라는 결말을 만들어내고 싶은 욕망을 만든다.

대게 언론 플레이를 잘하고 거물 행세하는 검사들에게 그런 면이 있다.

 

빈약한 상상력 대신 후흑의 심장을 가지고 있는 그들은 대중이 원하는 결론을 만들어내 정의의 사도로 각광받는다.

정의의 사도가 각광을 챙기고 떠나면 다음 세대는 그 부작용으로 고통을 받는다.

 

물론 꼭 공명심이나 각광을 탐해서 직선적인 추측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직선적인 추정은 편리할뿐아니라 피로도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세상 일이 어떻게 인천공항 활주로처럼 직선이겠는가.

모든 살아있는 것은 곡선이고 움직인다.-----'검사생활은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과 다르다'중에서

 

평소처럼 밤늦게 야근을 하고 있는데 차장검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각자의 부하직원들을 호출해 어느 쪽이 더 나오는지를 내기한 것이다.

각부의 총무 검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차자의 지시를 그대로 전달한 뒤 나는 계속 사무실에 남아 일을 했다.

다음날 난리가 났다. 아마 내기에서 졌나 보다. 아침에 차장이 부장들을 불러 싫은 소리를 했다.

그러자 부장이 아침부터 바쁜 검사들을 불러 일장 훈시를 시작했다.

차장이 더욱 화가 났던 것은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또 자신의 전화를 받기까지 한 내가 나가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부장은 날 보며 이것은 검찰의 단결심 문제라고 했다.그 결과 순간의 격분을 억제하지 못하고 나도 한마디 했다.

"그게 단합이면 , 그럼 제가 술 마시다 차장님을 불러도 차장님이 나와 주시나요?"

부르기만 하면 마냥 달려오는 것을 바랄 거면 개를 기르면 된다.차장검사는 잘 몰랐겠지만 검사는 개가 아니다.

 

‘20년 가까이 현직 검사로 살아온 그의 속마음’
“생활형 검사로 살아봤는데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교대역에서 곱창에 소주잔을 기울이던 출판사 편집자가 중년남의 속사정이 궁금해서 내 이야기를 써보라고 했겠는가.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 검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해한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검사만큼 애증의 대상이 되는 직업도 없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더라도 지겹도록 자주 검사가 등장한다.

 

화면 속에 등장하는 검사는 거악의 근원이기도 하고, 모든 불의를 일거에 해결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장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당연히 영화나 드라마 속의 검사들은 현실의 그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 책이 검사라는 직업의 이면이나 실상을 알려주는 역할을 할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실상이란 본래 그다지 재미없는 법이다. 검사보다 멋지고 보람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사고가 난 곳이면 어디든 번개처럼 달려와 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구조대원도 있고,

자신의 굽은 허리보다 더 가파른 남해 섬 비탈에서 고사리를 꺾어 데치고 말리는 촌로도 있으며,

가족들을 위해 천대와 열악한 노동 조건에도 불구하고 프레스 기계 앞에서 졸음을 쫓고 있는 이주노동자들도 있다.

 

그에 비하면 검사가 하는 일이란 온실 속의 화초 가꾸기 정도에 불과하다.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새벽마다 새 아침을 열어주는 청소부처럼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형사부 검사들이 있긴 하다.

 

세상을 속이는 권모술수로 승자처럼 권세를 부리거나 각광을 훔치는 사람들만 있는 것 같지만,

하루하루 촌로처럼 혹은 청소부처럼 생활로서 검사 일을 하는 검사들도 있다.

 

세상의 비난에 어리둥절해하면서도 늘 보람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생활형 검사로 살아봤는데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세상에는 우리보다 무거운 현재와 어두운 미래에 쫓기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이 정도가 수달 제사처럼 정리되지 않은 글을 세상에 내놓는 이유인 것 같다.
_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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