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보는 바보-(간서치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
사실과 상상으로 빚어낸 조선시대의 책벌레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
‘책만 보는 바보’라 불렸던 이덕무, 그의 눈과 마음이 되어 그려 보는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 박지원, 홍대용 들과 협객 백동수, 그리고 개혁 군주 정조와 18세기 조선.
이덕무와 그의 벗들은 모두 조선 후기의 실학자라 불립니다. 이 책에서는 굳이 ‘실학’이란 말을 쓰지는 않지만,
이덕무와 벗들의 생각을 통해 실학이 생겨난 배경, 실학자라 불린 사람들이 지닌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책벌레 이덕무와 실학은 어딘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실학을 그저 편리함이나 효율성만을 얻으려는 실용이란 말로 이해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책만 보는 바보라 하였지만, 이덕무 그리고 그의 벗들은 결코 책 속에서만 머무르던 사람들은 아니었습니다.
이덕무와 벗들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라 불리지만, 이들이 몰두했던 실학(實學)이란 말에서
그저 편리함이나 효율성만을 떠올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 종일 들판에서 일하고 돌아와 봐야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넉넉하지 못했던 조선 백성들의 사는 모습, 그것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젊은 그들의 새로운 학문은 비롯되었으니까요.
그들 역시 굶주림의 고통을 겪어 보았고, 날 때부터 사람의 운명을 갈라놓은 신분제도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껴왔기에, 그처럼 뜨거운 마음으로 개혁을 원했는지 모릅니다.
이들을 알고부터 나는 실학이란 말을 대할 때마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연민, 잘못된 것을 고치려
하지 않는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뜨거운 분노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이덕무 : 이덕무의 별명은 "간서치"즉 "책만 보는 바보"였다.
조선 정조 때의 문인, 실학자. 자는 무관(懋官), 호는 청장관(靑莊館) ․형암(炯庵)·아정(雅亭).
서얼 출신으로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으나, 박학다식하고 시문에 능하여 젊어서부터 많은 저술을 남겼다.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 유득공 등과 사귀었으며,중국에까지 알려진 사가시인(四家詩人: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 중의 한 사람이다.
이덕무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문에 빠지지 않는 말이 ‘서자(얼) 출신 문인’ ‘박학다식’입니다.
이덕무는 왕족의 후손이지만 그의 아버지가 서자였기에,태어나면서부터 고단한 삶이 시작됩니다.
"나는 위아래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정말 싫습니다. 예의를 지키라는 이야기 같지만 결국은 집안이나 신분,
벼슬의 높고 낮음에 따라 고개를 들고 숙이는 것을 정하라는 게 아닙니까?
옳고 그름에 따라 고개를 들고 숙여야지,어찌 그 사람의 껍데기만 보고 고개를 숙이겠습니까?"
"하늘 아래 가장 고귀한 우정은 가난할 때의 사귐이라 합니다.
차마 말하고 싶지 않은 것도 저절로 말하게 되는 것. 여기에 벗과 진정한 사귐이 있습니다."
"처음 부터 하나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살면서 다른 모습이 될 수 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견뎌내리라.우리들의 삶도 저렇게 다시 피어 날 수 있다면,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는 스스로가 중심인 것이다.
글작가 : 안소영
1967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서강대학교 문과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민족 분단으로 오랜 세월 고통을 겪어 온 이들의 삶을 듣고 기록하는 일을 하였다.
글을 읽으며 활자 뒷면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상상해 보기 좋아하며
특히 역사 속에 묻힌 인물들에게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는 데 관심이 많다.
펴낸 책으로 부친인 수학자 안재구 교수와 어린 시절부터 주고받은 옥중 편지를 묶은 서간집
《우리가 함께 부르는 노래》가 있다.
이덕무에 빠져 2년여 동안 그와 관련된 독서와 사색, 수차례 탈고 끝에 나온 원고가
이《책만 보는 바보--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이다.
그림작가 : 강남미
중견 동양화가. 70년대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준 그룹전 ‘삼인행(三人行)’전의 주역.
1977년 이래 여러 전시, 출품 및 두 차례 개인전을 가졌고오랫동안 서울예술고등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다.
개인 작업에만 몰두해 오던 중 이 원고를 접하고 깊은 인상을 받고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족자 형태로 완성된 수묵화풍 그림들은 책의 품격을 더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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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날, 나만의 독서법
첫째, 굶주린 때에 책을 읽으면 소리가 훨씬 낭랑해져서 글귀가 잘 다가오고 배고픔도 느끼지 못한다.
둘째, 날씨가 추울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의 기운이 스며들어 떨리는 몸이 진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