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책』은 가정 내에서 여성이 혼자서 짊어지고 있는 가사노동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어린이책에서는 보기 드물게 페미니즘의 입장에서 여성 문제와 가족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입니다.
자칫 어린이책에서 표현하기 무겁게 느껴지는 주제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작가 앤서니 브라운은 군더더기 없고 유머러스한 글, 치밀하게 계산되어 볼거리가 풍성한 그림과 화면 구성으로
진지한 주제를 설득력 있고 쉽게 전달합니다.
게다가 글과 그림에서 물씬 풍기는 유머와 위트는 그림책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 줘
정말 완벽하게 매력적인 그림책이라 할 만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그림책 작가 중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앤서니 브라운은
작품의 내용과 그림에 있어 초현실주의적인 기법을 즐겨 사용합니다.
이런 그의 방식은 그가 말하고자 하는, 때로는 무겁고 진지한,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풍자나 역설을
그림책만이 보여줄 수 있는 기발한 상상력과 갖가지 즐거운 그림 요소로 절묘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돼지책』 역시 그의 이런 능력이 십분 발휘된 절묘하고 탁월한 작품입니다.
글그림 : 앤서니 브라운 (Anthony Browne)
70세가 넘은 지금도 그림책 짓기에 여념이 없는 작가 앤서니 브라운.
그는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표현 속에 담은 깊은 주제 의식과 세밀하면서도
이색적인 그림으로 사랑받는 그림책 작가이다.
1976년 <거울 속으로>를 발표하면서 그림책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그는
<고릴라>와 <동물원>으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두 번 수상하고, 2000년에는 전 세계 어린이책 작가들에게
최고의 영예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으며 그의 작품성을 세계에 알리게 되었다.
국내에서 출간된 앤서니 브라운의 책으로는 <돼지책> <우리 엄마> <우리 형> <숨바꼭질> <나의 프리다> 등이 있으며, <기분을 말해 봐!>는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리면서 더욱 많은 아이들과 만날 수 있었다.
표지 그림에서 보았던 한 여자와 세 남자는 피곳 씨 가족이다.
"아주 중요한 회사"에 다니는 피곳 씨와 "아주 중요한 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은 집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늘 입을 크게 벌리고 아내에게, 엄마에게 빨리 밥을 달라고 요구하기만 한다.
모든 집안일은 피곳 부인 혼자의 몫이다.
피곳 부인 역시 직장에 나가지만 가족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는지 출근을 하기 전에도,
퇴근을 하고 나서도 집안일을 모두 혼자 해야 한다.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 표지 그림은 여성에게만 부과된 가사 노동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집안일은 당연히 여자의 일이라는 생각, 그래서 그 가치를 인정하기는커녕 누구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
잘못된 고정관념에 대해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와 엄마라는 이름에 가사 노동의 책임이라는 항목을 당연한 듯 집어넣고 희생을 강요하는 분위기.
결국 견딜 수 없었던 피곳 부인은 쪽지 한 장을 남기고 집을 나가 버린다.
"너희들은 돼지야."
이제 피곳 부인은 집에 없다. 늘 그렇게, 당연히 집안일을 해 주어야 할 아내, 엄마의 부재.
매일 밥을 달라고 소리치기만 했던 피곳 씨와 두 아들은 직접 요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말 그대로 "끔찍한" 식사였다. 무엇하나 집에서 자기들 힘으로 해본 것이 없으니 잘 될 리가 없다.
게다가 그들은 배가 고프니까 해 먹기는 하지만 절대 치우지는 않는다.
그러는 사이 집은 점점 더 돼지우리처럼 변해가고 피곳 씨와 아이들도 이상하게 변한다.
결국 먹을 것도 떨어지자 세 남자는 꿀꿀거리며 기어서 집안을 뒤지기 시작한다.
"음식찌꺼기라도 찾아야 해." 하면서. 어느새 돼지가 되어버린 세 남자.
당연한 듯, 관심 없이 무책임하게 생각했던 집안일을 해 주는 사람이 사라지자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결국 무기력하게 돼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한 사람으로서, 하나의 가정이라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소중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일원으로서 가정의 일에 무책임하게 그 역할을 방기했던 세 사람은 이제 돼지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해 보지 않으면 무심히 지나치기 쉬워 그 소중한 가치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가사 노동은 가족이라는 소중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도리를 다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항목이다. 그렇지 않으면 돼지와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서로 협력하고 도와줄때 가족의 행복을 모두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집안에는 아내가 있고 그아내가 있어야 행복한 집을 만들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상다반사 > 도서,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똥벼락---"어푸푸! 웬 놈이 내 얼굴에 오줌을 싸느냐?" (0) | 2020.04.08 |
---|---|
리디아의 정원---"할머니, 앞으로 제가 지내며 일할 이 골목에 빛이 내리비치고 있습니다." (50) | 2020.04.08 |
퀼트 할머니의 선물 ---내 보물을 나누어 주는데도 이렇게 즐거울 수가 있다니... (56) | 2020.04.03 |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법정스님 (0) | 2020.03.21 |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내가 마실 갈 때 (0) | 2020.03.16 |